먹태 안주 좋아하세요?
양명문 시, 변훈 곡 명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명불허전 이 노래는 오현명님의 노래죠
오현명님 처럼 맛있게 부르실 수 있는 분은 없을 거예요
한국 가곡 명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명태를 소재로 한 시에 곡을 붙여 바리톤 오현명에 의해 ‘명태’라는 곡이 초연되었습니다
초연은 혹평 일색이었습니다
서정적인 노래 스타일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마치 가사를 말하는 듯한 형식의 노래는 생소했던 것입니다
‘명태’에 대한 지독한 혹평에 작곡가 변훈은 큰 충격을 받았고, 그는 당시 작곡해 놓았던 다른 가곡 악보까지 모두 찢어 버리고 작곡가의 길을 접고 외무부에 입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60년대 중반부터 오현명이 부르는 '명태'가 갈채를 받기 시작하면서 인기 가곡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오현명은 회고록에서 "변훈의 ‘명태’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은 그 노래에 깃들어 있는 한국적인 익살과 한숨 섞인 자조와 재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며 "명태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냄새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그런 곡이다"라고 평했습니다
한국 가곡 ‘명태’는 성악가 오현명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그의 대명사 격인 노래가 되었습니다
북어를 안주로 소주를 들이켜는 시인이 양명문 시인 자신이었을 것으로 짐작하며, 전쟁으로 어렵고 위태로웠던 그 시절에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명태의 처지에 빗대어 쓴 것으로 보입니다
'양명문'의 대표작인 명태는 내용이 반동적이고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북한 내무서에 불려가 심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깊은 바다속 자유롭게 살던 명태가 잡혀서 죽어 찢기어 없어지더라도 더 크고 이상적인 시가 되어 남을 것이라는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현명( 吳鉉明, 1924~2009)
일제강점기 말기에 징병을 당하여 일본까지 끌려갔다가 광복을 맞이한 뒤 1948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으며, 그해에 한국 최초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출연하였습니다
1953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강사로 강단에 섰습니다
이후 1964년 한양대학교 음악대학교수를 거쳐 1973년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을 지냈고, 1984년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1999년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초빙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쳤습니다
1964년부터 1982년까지 국립 오페라단 단장을 지냈고, 1984년 종신단원이 되었습니다
성악가로 한국 최초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비롯하여 60여 편의 오페라에 출연하고 50여 편의 오페라를 연출하는 등 한국 오페라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1960년대부터 한국 가곡으로만 독창회를 열어 '가곡의 전도사'라 불렸습니다
양명문( 楊明文, 1913년 ~ 1985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난 양명문은 1942년 일본 도쿄센슈대학[東京專修大學] 법학부를 졸업하고 1944년까지 동경에 머무르면서 문학 창작을 연구하였습니다
광복 후 북한에 머물러 있다가 1·4후퇴 때 월남하였습니다
1955년부터 1958년까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사범대학, 국방부 전시연합대학, 수도의과대학, 청주대학 등에서 시론과 문예사조를 강의하였고, 1960년에는 이화여자대학교 부교수로 시론을 강의하였습니다
1966년 이후에는 국제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자유문학자협회 중앙위원, 시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양명문의 작품은 주로 언어의 기교를 배척하고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대표 작품에는 시집 '송가(頌歌)', '푸른 전설', '화성인', '지구촌', 시선집으로 '이목구비', '묵시록', 장편 서사시 '원효' 등 다수가 있습니다
변훈(邊焄, 1926~2000)
한국의 작곡가이자 외교관으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와 파키스탄 총영사 등을 지냈습니다
1954년 연희전문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도 정종길 선생에게 작곡을, 바리톤 최봉진 선생에게 성악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6·25전쟁을 맞아 피난지인 대구에서 '[명태'를 작곡하였습니다
미8군 통역관으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감상실인 대구의 ‘녹향’을 드나들다가 화가 이중섭, 소설가 최정희 등과 함께 이곳에 자주 다니던 시인 양명문에게서 시를 받아 '명태'를 작곡하였습니다
변훈은 밝고 유머가 넘치는 노래들을 많이 작곡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양명문의 시에 곡을 붙인 '명태', '낙동강', '떠나가는 배' 등과 '한강'(정공채), '설악산아'(정공채), '쥐'(김광림), '님의 침묵'(한용운) 등이 있습니다
명태 가사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오현명의 명태
바리톤 염정제 / 베이스 고우림의 명태
까마득한 서울대 성악과 후배들의 멋진 목소리로 감상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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